달리기 거리 늘리기 (걷뛰, 롱런, 보폭)


300m도 못 뛰고 길가에 주저앉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헐떡이면서도 우아하게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멈춰 서던 그 민망함, 아직도 생생합니다. 달리기 거리를 늘리는 데는 사실 딱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걷뛰와 보폭 줄이기. 이 글은 그 두 가지를 제가 직접 써보고 나서 정리한 이야기입니다.

걷뛰, 부끄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저는 '걷는 건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쉬지 않고 뛰어야 진짜 운동이 되는 것 같았고, 중간에 걸으면 운동 효과가 다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래서 무조건 뛰다가 300m 지점에서 매번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걷뛰를 적용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걷뛰란 일정 시간 뛰다가 1~2분 걷고, 다시 뛰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방식의 훈련입니다. 처음에는 2분 뛰고 1분 걷기 10세트로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총 이동 거리가 확 늘어났습니다.


이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는 걸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오거스타 대학교 연구진이 세 가지 조건(6분 걷기만, 6분 뛰기만, 2분 뛰고 2분 걷기 반복)을 비교했더니, 놀랍게도 에너지 소모량이 가장 많은 조건은 쉬지 않고 뛴 쪽이 아니라 뛰기와 걷기를 번갈아 반복한 쪽이었습니다. 쉬지 않고 조금 뛰는 것보다 걸어서라도 총 운동량을 늘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도 초보자에게 걷다가 뛰기를 강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해보고 나서야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걷뛰를 할 때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에는 거리보다 시간으로 조절한다 (2분 뛰고 1분 걷기)
  • 익숙해지면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린다 (3분 뛰고 1분 걷기)
  •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에야 거리 기준으로 전환한다 (2km 뛰고 1분 걷기)

보폭을 줄이면 왜 더 멀리 뛸 수 있을까요

거리를 못 늘리는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 속도 때문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천천히 뛰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제 페이스는 초보 기준으로도 꽤 빠른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서 캐이던스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캐이던스란 1분당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를 뜻하는 보폭 빈도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효율적인 러닝에서는 분당 170~180회를 권장하는데, 초보자들은 보폭을 크게 가져가면서 캐이던스가 낮아지고, 이것이 다리 피로와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보폭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발 한 뼘 너비만큼씩 앞으로 내딛는다고 의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캐이던스가 올라가고, 다리 근육에 가해지는 충격이 분산되어 훨씬 오래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너무 느린 것 같아서 민망한 기분도 들었지만 3km 지점을 넘어갈 때의 다리 피로도가 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달랐습니다.


또한 롱런을 처음 시도할 때 오버페이스가 가장 흔한 실패 원인입니다. 롱런이란 유산소 기반 체력을 키우기 위해 낮은 강도로 장거리를 소화하는 훈련 방식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닝 코치로 꼽히는 아서 리디아드(Arthur Lydiard)는 이 롱런을 모든 훈련의 기초로 강조했습니다. 그는 금메달리스트 두 명을 포함한 여러 선수를 배출했는데, 그 훈련 철학의 핵심이 바로 천천히 오래 움직이는 에어로빅 베이스 빌딩이었습니다.


에어로빅 베이스 빌딩이란 심폐 기능과 근육의 산소 활용 능력을 장기간에 걸쳐 끌어올리는 저강도 훈련 누적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근육 내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아지고 모세혈관이 늘어나면서, 같은 속도로 달려도 훨씬 덜 힘들어지는 체질로 바뀌게 됩니다.

내 수준에 맞는 롱런, 어떻게 설정할까요

롱런은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가장 길게 뛰어본 거리가 3km라면, 그게 롱런의 기준입니다. 다른 사람이 20km씩 뛴다는 이야기는 일단 닫아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숫자에 주눅 들었습니다.


대회 목표별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롱런 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5km 대회 목표: 8~12km
  • 10km 대회 목표: 12~16km
  • 하프마라톤 목표: 16~22km
  • 풀코스 마라톤 목표: 24~35km

다만 이 수치는 이제 막 걷뛰를 벗어나려는 입문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1km도 힘든 단계에서 이런 숫자를 접하면 오히려 의욕이 꺾이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중급 이상 러너를 기준으로 제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입문 단계에서는 숫자보다 '지난번보다 500m 더 뛰었다'는 감각 자체가 훨씬 중요합니다.


롱런의 빈도는 강도와 맞춰서 조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유 있는 저강도 롱런이라면 주 1회, 페이스나 거리 중 하나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2주에 1회, 고강도 훈련 수준이라면 2~3주에 1회가 적당합니다. 초보일수록 강도 자체가 낮으니 더 자주 시도해도 괜찮고, 상급자일수록 강도가 높아 회복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빈도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롱런의 강도 조절에는 빌드업(Build-up) 방식이 권장됩니다. 빌드업이란 처음에는 가장 느린 페이스로 시작해 마지막에 가장 빠른 페이스로 마무리하는 점진적 속도 증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10km를 뛴다면 초반 7~8km는 충분히 천천히, 마지막 12km만 조금 더 빠르게 마무리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힘을 쏟는 것보다 이 방식이 완주 성공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달리기는 결국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운동입니다. 저처럼 300m에서 주저앉던 사람도 걷뛰와 보폭 조절이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켰더니 조금씩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숨이 차면 걷고, 힘들면 보폭을 줄이는 것, 이게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지금 당장 '쉬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하기보다, 오늘 어제보다 500m 더 멀리 가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운동 처방 조언이 아닙니다. 부상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C1IbzkvHmY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갱년기 가슴 통증 원인 심장 질환 구별법 가슴 통증 완화 방법

갱년기 관절통 이유와 증상과 관리 방법 완화 음식

갱년기 초기 증상 좋은 음식과 현명한 섭취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