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생산성 강박, 자기사랑, 러닝 훈련)

 나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생산성 강박, 자기사랑, 러닝 훈련)


저도 처음엔 쉬는 것 자체가 두려웠습니다. 새벽 4시에 알람도 없이 눈이 떠져 운동을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탄보다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왜 저렇게 못 하지"였습니다. 생산성 강박이 얼마나 깊이 박혀 있었는지, 타인의 부지런함을 보며 저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강박을 직면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 강박이 몸에 남긴 것들

한때 저는 성취하지 못한 하루는 낭비라고 여겼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도 페이스(pace), 즉 킬로미터당 소요 시간을 매일 기록하며 어제보다 느리면 자책하기 일쑤였고, 아무 계획 없이 보내는 주말은 불안했습니다.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부르는 상태였는데, 여기서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나 자기 요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뜻합니다. 저는 그걸 게으름이라 착각하고 오히려 더 채찍질했습니다.


실제로 번아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2019년부터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직업 관련 현상으로 등재했습니다. 여기서 ICD-11이란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를 국제적으로 표준화하여 분류한 체계로, 전 세계 의료기관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준입니다. 번아웃이 단순한 피로감이 아닌, 의료적으로 다뤄야 할 상태임을 공식 인정한 셈입니다.


제 경우에는 부정출혈이라는 신체 증상으로 몸이 먼저 경고를 보냈습니다. 부정출혈이란 생리 주기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비정상적 출혈을 의미하며, 과도한 운동이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릴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쉬어야 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억울했습니다. 쉬는 동안에도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라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그 경험을 거치고 나서야 달라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억지로 체력을 쥐어짜는 트레이닝보다 꾸준히 조깅 시간을 늘려가는 저강도 유산소 훈련이 몸의 회복에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저강도 유산소 훈련이란 최대심박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며 장시간 운동하는 방식으로, 근육과 관절에 과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적합합니다. 아프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이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달리기를 즐기며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 세운 기준은 이렇습니다.

  • 페이스보다 호흡이 편안한지를 먼저 체크한다
  • 전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거리보다 시간을 줄인다
  • 훈련 일지에 기록보다 오늘의 컨디션을 먼저 적는다
  •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고, 그 선택을 자책하지 않는다

자기사랑과 인간관계, 동시에 붙잡는 법

자기사랑이라는 말, 사실 처음엔 조금 낯간지러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냥 나르시시즘 아닌가' 하고 흘려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자기사랑이란 자신의 실수와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심리학에서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과도 연결된 개념입니다. 여기서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협업이나 낯선 프로젝트 앞에서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시작 직전이 가장 무서웠고 막상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든 되더라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실패를 자산으로 삼겠다는 태도는 결국 자기사랑이 기반에 깔려 있어야 가능합니다. 나를 먼저 믿지 않으면 도전 자체를 허락하지 못하니까요.


인간관계도 비슷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사람들을 붙잡으려 억지로 에너지를 쏟아봤지만, 시절 인연이라는 건 붙들수록 더 어색해지더군요. 그 대신 새로운 만남에 마음을 여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오히려 더 따뜻하고 편안한 관계들이 생겼습니다. 사회적 지지망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정서적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주변 관계의 총체를 뜻합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망이 풍부할수록 우울감과 번아웃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금 비판적인 시선을 덧붙이자면, 자기사랑과 성취 과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생산성 강박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면서도 하루에 수십 건씩 들어오는 협업 제안을 일일이 언급하는 방식은, 듣는 사람에게 "비움"의 메시지보다 "성과의 무게"를 더 먼저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진짜 내려놓음은 그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데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달리기도, 관계도, 일도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너그럽게 시작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직도 가끔은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마주보는 연습이 쌓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심리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nGo8alr7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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