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 항진증 vs 저하증 정반대 두 질환, 병원 가기 전 내 증상 구별하는 1분 자가 체크리스트
"제 친구는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서 살이 쏙쏙 빠지고 덥다는데, 저는 똑같이 갑상선이 안 좋은데도 살이 찌고 한여름에도 춥습니다.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갑상선 질환 환우들이 모인 카페나 병원 대기실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같은 '갑상선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누군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밥을 5끼씩 먹고, 누군가는 두꺼운 옷을 껴입은 채 물만 먹어도 살이 찝니다. 이런 정반대의 현상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자신의 증상을 오해하고 엉뚱한 대처를 하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사람 모두 갑상선에 문제가 생긴 것이 맞습니다. 다만 우리 몸의 엔진인 갑상선이 '비정상적으로 폭주하느냐', 아니면 '완전히 꺼져버렸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오늘은 너무나도 헷갈리기 쉬운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결정적인 차이를 명쾌하게 비교해 보고, 지금 당장 내 몸의 보일러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1분 자가 체크리스트를 공개하겠습니다.
1. 엔진이 과열되어 터지기 직전: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말 그대로 호르몬이 너무 많이(항진) 분비되어 우리 몸의 대사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지는 병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엑셀을 끝까지 밟고 시속 200km로 며칠 밤낮을 계속 달리는 상태입니다.
엔진이 과열되니 몸에서 엄청난 열이 뿜어져 나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심장이 100번 이상 쿵쾅쿵쾅 뛰고, 한겨울에도 더위를 참지 못해 땀을 비 오듯 흘립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체중 감소'입니다. 몸속 세포들이 에너지를 미친 듯이 태워버리기 때문에, 밥을 평소보다 2~3배를 먹고 뒤돌아서도 배가 고픈데 살은 오히려 한 달에 3~5kg씩 쭉쭉 빠집니다. 에너지가 쉴 새 없이 돌아가니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짜증), 손끝이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수전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일부 환자(그레이브스병)의 경우 안구 뒤쪽에 지방이 쌓이면서 눈이 붕어처럼 앞으로 돌출되는 안구 돌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 보일러가 꺼져 얼어붙은 몸: 갑상선 기능 저하증
반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호르몬 공장이 파업을 선언하여 호르몬이 턱없이 부족해진 상태입니다. 자동차의 시동이 완전히 꺼져버린 것과 같습니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으니 몸에서 열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남들은 덥다는 한여름에도 뼈가 시리다며 수면 양말을 찾고 두꺼운 카디건을 껴입습니다. 에너지를 태우지 않으니 기초대사량이 바닥을 쳐서, 밥을 굶고 샐러드만 먹어도 체중이 오히려 늘어나고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붓습니다. 모든 대사 속도가 느려지므로 장운동이 멈춰 심한 변비가 생기고, 맥박도 천천히 뛰며,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찾아옵니다.
3. 병원 가기 전, 내 증상 구별하는 1분 자가 체크리스트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피로감이 과열(항진) 때문인지, 방전(저하) 때문인지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가볍게 확인해 보세요. (최근 2~3개월 이내에 새롭게 나타난 증상을 기준으로 체크합니다.)
[A 타입: 항진증 의심 신호]
식욕이 폭발해서 많이 먹는데도 살이 계속 빠진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자주 찬다.
남들보다 더위를 심하게 타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손가락을 쫙 폈을 때 미세하게 떨린다.
대변을 보는 횟수가 늘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B 타입: 저하증 의심 신호]
밥맛이 없어서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고 몸이 붓는다.
남들은 덥다는데 나 혼자만 유독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고 종일 무기력하다.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지고 피부가 건조해 각질이 일어난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지독한 변비에 시달린다.
[안내 및 권고]
위의 체크리스트는 전형적인 증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사람에 따라 두 질환의 증상이 묘하게 섞여서 나타나거나 노년층의 경우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갑상선 질환'으로 숨어있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자가 체크리스트에서 A나 B 어느 한쪽으로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인터넷에서 영양제를 찾거나 무작정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마세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내분비내과를 방문하여 아주 간단한 '혈액 검사(피검사)'를 통해 수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몸의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으로, 체중 감소, 심박수 증가, 심한 더위, 수전증이 특징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호르몬이 부족해져 대사가 멈추는 질환으로, 체중 증가, 극심한 추위, 만성 피로, 변비, 우울감이 특징입니다.
증상이 정반대로 나타나므로 스스로 짐작하여 엉뚱한 식단이나 영양제를 먹는 것을 피하고, 반드시 혈액 검사로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